창업가 출신 경영학 교수 전성민입니다. ‘창업하다가 망해도 교수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뜻 깊은 행사를 하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평소에 뵙기 어려운 창업가분들을 모셨는데요. 저도 여기 선구적인 사업가로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표님들,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뮤직카우 대표 정현경입니다. 의미 있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저는 우리가 매일 듣는 음악에서 나오는 저작권료를 증권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자면,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것처럼 음악 한 곡 한 곡이 저희 뮤직카우에 상장됩니다. 현재 1,100여 곡이 상장되어 있고, 유저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곡을 소장하게 되면 매달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코스포 부의장이자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주완입니다. 저희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매니지드 서비스’란 기업들이 AI나 클라우드를 도입함에 있어 24시간 운영하며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에 대해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모비에이션 대표 신민입니다. 저희는 도심항공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초기에는 헬기나 소형 비행기를 플랫폼에서 예약할 수 있도록 했는데, 3년 후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이라고 하는 '하늘을 나는 택시'가 만들어지면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아그모의 대표 박승진입니다. 아그모는 농업 기업인데, 기존 농기계에 제품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테슬라처럼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바꿔주는 자율주행 기반 기술 기업입니다.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반의 자율화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청중분들께서는 앞에 계신 대표님들께 질문이 있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심플로우*에 질문을 올려주세요. 제가 먼저 대표님들께 공통 질문을 드릴게요. 창업을 하게 된 계기와 창업가로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여쭈어봅니다.
*심플로우 : 실시간 응답확인 프로그램
저는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민이 많았는데, 산업 분석을 통해 대체자산과 문화산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 쪽 경험이 부족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때 우연히 작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한 해에 7곡 정도 발표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작권료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많이 나오다가 점점 줄었어요. 1년이 지나니 줄었고, 2-3년이 지나니 완만히 줄더니 그 이후부터는 많이 줄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5천 곡까지 수집해서 봤더니 동일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음악 저작권이 패턴이 존재하는 자산이라는 걸 알았고, 시가로 환산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점을 발견하고 음악 저작권의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단순한 금융 자산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소장하는 특별함을 느끼고 현금 흐름을 경험하면 굿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저작권료를 자산화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목돈을 구하려면 블랙마켓에 팔거나 고리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음악 IP를 금융과 결합해서 팬들과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경제 생태계에도 의미가 있고 혁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터 뮤직 에코시스템"이라는 슬로건 하에 창립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고 흥분해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저작권료를 실제로 거래한다는 게 너무나 생소해서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아티스트가 만드는 플랫폼 거래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게 진짜로 지속 가능한 자산이냐"는 궁금증, 투자자들은 실제 시장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출시 후 초반 몇 년은 의구심을 해소시키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해결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본격적인 출시 후 3년 정도 지나니 많은 사용자와 큰 거래액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많은 누적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희가 겨냥한 시장의 3%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애로사항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특히 지금은 금융 규제를 받고 있어서 더 큰 애로사항이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무장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창업을 시작한 건 농업 분야였습니다. 대학교에서 공학도로서 자동차 자율주행에 관심이 많아 이쪽을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차량의 자율주행은 단순히 안전하게 사람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연히 ‘존 디어’라는 기업을 보게 되면서, 단순한 이동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농장의 고령화 문제를 자동화로 해결하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인류에 더 도움이 되는 농업 분야 자율주행을 생각하게 되어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농업 자율화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최초로 농기계 자율주행을 다루는 분야였죠. 대학원 생활 중 우연히 농촌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농업 분야에 자율주행 기술이 보급되지 않았고 인식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구원 4명이 모여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 후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스케일업 과정이었습니다. 농촌은 지역 기반이 강하고 디지털 마케팅보다 대면 접촉이 중요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죠. 직접 보여줘도 믿지 않으시고 꼭 직접 체험해 보셔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니 농민분들이 이해하시고 완전히 믿기 시작하셨습니다. 결국 들인 노력만큼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이 질문을 하고 싶네요. 심플로우에도 올라온 질문인데요. 본인이 정치인, 국회의원, 장관이라면 어떤 정책을 실현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지금도 저는 정부나 국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지역 기반 스타트업이라 정부 지원을 받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지만, 특히 지역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각 지역에서 주로 기르는 작물을 기반으로 스타트업들을 모아 테스트베드(testbed)를 만드는 것 같은 프로그램이요.
저는 원래 뉴욕에서 15년 정도 금융업에 종사했습니다. 그곳에서 헬리콥터 셔틀이 활성화된 것을 보고 ‘왜 국내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 헬기 관련 회사는 없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단순한 궁금증이 창업의 시작점이 되었죠. 저는 이 서비스가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 가능할 것이라 믿었고, 그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었고,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다가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운항사가 많아 플랫폼 사업이 활발했지만, 국내는 아직 그런 소형 항공 시장이 없어서 처음부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꽤 어려웠습니다. 또한 고객분들에게 이 시장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하나하나 천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헬기 한 대를 띄우는 데에도 5-6곳의 정부기관 및 단체와 협력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문할 때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며 협의를 이끌어내는 단계에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정부와의 협업은 필수적입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메가존클라우드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드는 모바일의 앱스토어와 유사합니다. 핸드폰에서 카카오톡이나 게임을 즉시 다운로드 받듯이 AI, 데이터, 블록체인 등 최신 혁신 기술들이 이미 클라우드 기반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앱스토어처럼 클라우드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죠. 결국 클라우드는 이러한 혁신 기술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과거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려면 CD나 디스크가 필요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는 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해당됩니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의 정부는 클라우드와 협업하며 혁신을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아직 다양한 규제와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진전이 더딥니다. 오늘 발표된 디지털 헬스케어나 리걸테크 분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의 현재 성장은 95%가 커머스(사기업 대상)에서 나옵니다. 이는 사업의 어려움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큰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글로벌 매출 비중도 작년 대비 올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의 공공기관도 이러한 혁신 기술을 활용하여 대국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원도 자리하고 있는데요. 혹시 이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융합 산업의 경우 ‘컨트롤 타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 것은 창업이 아니라 '창산(산업 창조)'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법률제도부터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적재산연구원에서 저희 산업이 자리 잡았을 때의 결과를 연구보고서로 알려줬는데, '문화금융업'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자리 잡으면 15조 원의 창출효과와 10만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과연 문화산업일까요?
저희 유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실제 30%만이 금융투자자였고, 그리고 30%는 헤비 팬덤이었습니다. 재미있어서 응원하고 싶어 문화 굿즈처럼 구매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지금 저희는 금융규제만을 받다 보니 완전히 투자자산으로 얽매여 있어요. 실제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산업인데, 만들어가는 시장 자체도 문화자산을 금융화한 것인데 그 매력이 퇴색되고 있어요.
세계 최초 사례다 보니 너무 고생이 많았습니다. 법적 정합성도 맞지 않아 사업을 하다 보니 수익증권 하나 발행하는 데 NTT가 14개 들어갑니다. 말도 안 되는 비율이죠. 새로운 산업은 기존 산업들이 융합돼서 나오는 것이니 이런 것들을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융합산업에 대한 컨트롤타워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펀딩 받기 어려웠고 힘든 한 해였습니다. 시장에서 핫한 분야에 있는 스타트업 외에 다른 분야도 소외되지 않고 투자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혁신건의 정책발제’를 비롯해 ‘스타트업 토크’까지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말씀 매우 흥미롭게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매우 좋은 서비스들인데, 이 서비스들이 더욱 발전하고 시민 일상에 안착하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 나름의 경험에 비추어 제안하고 싶은 바가 있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표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법 만드는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것 관련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은 모든 판례를 모아 놓은 파일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례를 분석하기 때문에 그들 중 많은 이가 대법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해 있는 당에서는 재판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AI를 통해 판사의 학력, 기수 등 메타데이터를 분석하여 전관예우 같은 문제도 파악·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관비리를 없애면 사법 영역도 자연스럽게 정화될 수 있습니다. AI를 규제하기보다는 모든 재판의 판결문을 공개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을 응원하고 서포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입법조사처의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입법조사처에는 많은 데이터가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지식은 변호사와 비슷하지만, AI가 도와주면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입법조사처에 AI 솔루션을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격의료’ 스타트업에도 제안하고 싶은데요. 무엇보다 ‘큰 병원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의료 영리화와 보험체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도서산간 지역의 의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를 시스템적으로 잘 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뮤직카우’에도 제안합니다. 제가 알기로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신대철씨는 ‘바른음원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저도 또한 저작권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관료들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를 막으려고 하기 때문에 혁신 서비스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시고,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이점이 있을지 생각한 후 접근해 보세요.
‘모비에이션’의 경우에는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과 같은 화두를 던져보면 어떨까요? 지방의 행정수도 건설은 도심항공 서비스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중요한 관료들에겐 헬기도 주요 이동수단이 될 수 있겠지요.
‘아그모’에게는 전북 지역의 넓은 땅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곡성에서 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있는데, 공동생산 시 농약 사용을 제어할 수 있는 센서를 붙이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유기농 쌀은 가마당 60만원으로 고수익인 편인데, 아그모가 이런 성공 사례를 만들면 점점 더 인정받을 것입니다. DMZ 같은 곳에서도 이런 기술을 고려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규제’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사업을 하며 앞으로 전진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만들어 낸 부작용은 정치인들이 감당합니다. 이들에게 단순히 규제를 그만하라 말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우리 서비스가 왜 어떤 면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지, 이를 해결할 경우 어떤 베네핏이 있는지 해결책과 방향성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매우 다양한 업무를 검토하고 처리하기에 한 사안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문제점과 동시에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어려움만 이야기한다면, 국회의원들은 그 어려움이 야기하는 반대편의 부작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권을 만날 때 해결책과 이점도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고, 함께 비전과 전략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스타트업과 함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